린위탕이 기절초풍할 중국산[중앙일보-글로벌아이]
[글로벌아이] 린위탕이 기절초풍할 중국산 [중앙일보]
"날씨 좋은 날 아침, 잠자리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세상에서 기쁨을 주는 게 얼마나 있을까 하고 세어 보면 단연코 맨 처음 손꼽아야 할 것이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된다."
20세기 초 중국의 문호인 린위탕(林語堂)의 얘기다. 그는 저서 '생활의 발견'에서 음식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생명은 신이 아닌 숙수(熟手.음식 만드는 사람)의 손에 의해 지켜진다"고 그는 말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린위탕은 중국의 음식 문화를 이렇게 예찬했다. "중국인은 음식을 영양물로 보는 만큼 그것과 약을 잘 구별하지 않는다. 몸에 이로운 음식이 약이라는 게 중국인의 사고다. 중국인이 음식과 약을 적당히 혼동하기 때문에 중국의 약은 더욱 약 같아지고, 음식은 더욱 음식 같아진다."
그런 린위탕이 요즘의 중국산 식.의약품을 본다면 기절초풍할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4월 한 달 동안 중국에서 수입된 식약품 중 107가지를 통관 보류했다. 그중엔 암 유발 물질이 포함된 말린 사과, 사용 금지된 항생제가 들어 있는 냉동 메기, 박테리아가 득실득실한 조개와 정어리, 불법농약 성분이 담긴 버섯 등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유해물질이 든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 위조된 가짜 약품도 무더기로 나왔다.
FDA가 이런 몹쓸 것을 돌려보내면 중국의 수출업자는 그걸 폐기하지 않고 다시 미국으로 보낸다고 한다. 통관에 또 걸려도 또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엔 결국 해로운 중국산 식약품이 범람하게 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FDA는 1일 중국산 치약을 수입금지했다. 치약에 독성 화학물질 디에틸렌 글리콜(DEG)이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DEG는 자동차 부동액을 만드는 데 쓰이는 물질이다. 중국 회사는 치약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값이 싼 DEG를 썼다고 한다.
지난해 파나마에선 DEG가 함유된 감기약을 먹고 50여 명이 사망했다. 그 약의 원료도 중국산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선 최근 화학물질이 든 중국산 애완동물 사료를 먹은 개와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떼죽음을 당한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 가운데 중국산 농수산물과 치약 등에서 자꾸 끔찍한 게 나오자 미국인은 이제 한국인 못지않게 공포를 느끼고 있다. 미국 언론이 중국산의 안전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천하태평이다. 최근 식약품 관리를 책임진 고위 관리가 뇌물수수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당국이 위생기준을 높이고,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중국 측은 치약에 대해서도 "DEG 함유량이 적어 안전하다"며 도리어 FDA를 공격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며칠 전 프랑스의 유명 생수 에비앙에서 기준치를 넘는 세균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수입품 통관을 보류했다. 중국은 그처럼 엄격한 기준을 왜 자국의 식.의약품에는 적용하지 않는 걸까. 이런 모순을 시정하려면 각국의 소비자가 나서야 한다. 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소비자 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는 중국산이라면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게 좋을 듯싶다. 중국이 눈속임을 하더라도 옥석을 가려, 고름을 결코 살로 둔갑시킬 수 없다는 걸 중국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유혹하는 싼값은 병을 부를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에도 '경()을 친다'는 말이 있다. '경'이란 죄인의 이마에 먹물을 들이는 형벌을 말한다. 그러니 경을 치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된다. 각국의 소비자가 중국의 못된 업체들을 족집게처럼 골라내 그들의 이마에 경을 치는 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중국=유해 제품 판매국'이란 낙인이 찍히면 중국 당국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이상일 워싱턴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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